6조가 사라지는 데 걸린 시간
코스피가 2,600선을 찍고 반등하던 그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신저가를 경신했다. 수익률 -60%. 숫자로 쓰면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 1,000만원을 넣었던 사람은 400만원이 남은 것이다. 전체 시장에서 6조원이 증발했다는 건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수십만 명의 계좌에서 실제로 빠져나간 돈이다.
이번 사태가 이례적인 건 낙폭 자체가 아니다. 레버리지 ETF라는 구조가 어떻게 손실을 기하급수적으로 키우는지, 많은 투자자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진입했다는 점이다. “2배 오르면 2배 번다”는 단순한 논리로 접근했다가 “2배 떨어지면 4배 잃는다”는 현실을 마주한 것이다. 그것도 단 몇 주 만에.
레버리지 ETF, 구조부터 이해해야 손실 규모가 보인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 수익률의 2배 또는 3배를 일별 기준으로 추종한다. 여기서 핵심은 ‘일별’이다. 오늘 -10% 떨어지고 내일 +10% 오르면 원금이 회복될 것 같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2배 레버리지 기준으로 오늘 -20%, 내일 +20%가 되면 80 × 1.2 = 96, 즉 원금의 96%만 남는다. 4%가 사라진다. 이걸 변동성 손실(volatility decay)이라고 부른다.
이번처럼 기초자산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중동 리스크와 미국 반도체 섹터 급락이라는 두 가지 악재를 동시에 맞았을 때, 레버리지 상품의 손실은 단순 2배가 아니라 복리 구조로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SK하이닉스 ADR이 뉴욕에서 하루 만에 9.32% 급락했을 때, 이 종목 기반 2배 레버리지 ETF는 하루에만 약 18%대 손실이 발생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며칠이 이렇게 반복되면 -60%는 수학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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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일반 레버리지 ETF보다 더 위험한 이유도 여기 있다. 코스피200 같은 지수는 내부적으로 수백 개 종목이 분산되어 있어 변동성이 어느 정도 억제된다. 반면 삼성전자 단일종목은 그 자체의 뉴스 하나, 외국인 수급 하나에 5~10%씩 흔들린다. 레버리지를 얹으면 그 흔들림이 그대로 증폭된다.
도입 과정부터 논란이었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사실 이 상품이 처음 도입될 때부터 시장에선 우려가 많았다. 투자 심사 업무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해외에서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극히 제한적인 투자자층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미국 SEC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P에 대해 별도 위험 고지를 강화한 상태다. 그런데 국내에선 일반 투자자들이 별다른 진입 장벽 없이 이 상품을 살 수 있도록 허용했다.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무리하게 도입한 것은 주식시장을 카지노 도박판으로 만든 것”이라고 비판한 것도, 구윤철 경제부총리가 국회에서 “변동성 우려를 잘 알고 있고 모니터링 중”이라고 답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모니터링이 시작될 때 이미 6조원은 사라진 뒤라는 점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관련 제도 손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에서 레버리지 ETF 관련 투자자 유의사항을 확인할 수 있으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규제 논의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도 공시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다만 규제 내용과 상품 구조는 개정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투자 전 반드시 최신 약관을 직접 확인해야 한다.
그렇다면 ETF 자체가 나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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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는 도구다. 칼이 요리에 쓰이면 유용하고, 잘못 다루면 위험하듯이. 일반적인 ETF, 특히 코스피200이나 S&P500을 추종하는 패시브 ETF는 여전히 개인 투자자에게 가장 합리적인 투자 수단 중 하나다. 운용 수수료는 0.05~0.15% 수준으로 액티브 펀드의 10분의 1도 안 되고, 분산 효과는 개별 주식보다 월등하다.
배당주 ETF도 지금 같은 변동성 장세에서 주목할 만하다. KODEX 고배당, ARIRANG 고배당주 같은 국내 배당주 ETF는 평균 배당수익률이 3.8~4.7% 수준이고, 주가 하락 시 방어력도 성장주보다 상대적으로 강하다. 미국 주식 쪽에서는 SCHD(Schwab U.S. Dividend Equity ETF)가 장기 배당 성장 전략을 원하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꾸준히 거론된다. 최근 5년 총수익률이 약 73%대를 기록했고, 분기 배당이라 현금흐름 관리에도 편하다.
레버리지 ETF와 일반 ETF의 차이는 단순히 수익률 배수가 아니다. 투자 목적 자체가 다르다. 레버리지 ETF는 단기 방향성 베팅용 도구고, 일반 ETF는 장기 자산 축적용 도구다. 이 두 가지를 같은 선반에 놓고 비교하는 것 자체가 이번 사태의 출발점이었다.
개미가 레버리지 ETF를 오래 들고 있으면 안 되는 수학적 이유
숫자로 하나만 보여주겠다. 기초자산이 매일 ±3%씩 오르내리기를 반복한다고 가정하자. 한 달 20거래일 후 기초자산 자체는 원금에서 약 0.9%만 손실이다. 그런데 2배 레버리지 ETF는 같은 기간 약 3.6% 손실이 난다. 단순히 2배가 아니라 변동성 손실이 추가로 붙는다. 변동성이 클수록, 보유 기간이 길수록 이 차이는 더 커진다.
이번 삼전·하닉 레버리지 ETF처럼 기초자산이 단방향으로 크게 하락했을 때는 변동성 손실보다 방향성 손실이 압도적이다. 그런데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반등하면 회복되겠지”라는 심리로 들고 있다가 손실을 더 키웠다. 기초자산이 30% 하락한 뒤 30% 반등해도 원금이 안 된다. 기초자산 기준으로 70 × 1.3 = 91, 즉 9%가 여전히 손실이다. 여기에 레버리지를 얹으면 이 왜곡은 훨씬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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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코스피와 미국 반도체, 어디를 봐야 하나
코스피가 2,600선을 일시 이탈했다가 반등한 건 기술적으로 의미 있는 움직임이다. 외국인 수급이 얼마나 빠르게 복귀하느냐가 단기 방향성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중동 리스크는 단기 변수고, 미국 반도체 섹터의 실적 우려는 구조적 변수다. 이 둘을 같은 비중으로 보면 안 된다.
SK하이닉스 ADR이 뉴욕 상장 첫날 13.1% 급등했다가 이튿날 9.32% 급락한 건 단순한 차익 실현이 아니다. HBM 수요에 대한 시장의 확신이 아직 완전하지 않다는 신호다. 엔비디아 실적이 기대치를 충족하느냐, AI 투자 사이클이 계속되느냐에 따라 하닉 주가 방향이 결정되는 구조다. 이런 불확실성이 큰 시기일수록 레버리지 상품은 피하고, 지수 추종 ETF나 배당주 ETF로 포지션을 단순화하는 게 낫다.
코스피 배당주는 상대적으로 외국인 수급의 영향을 덜 받고, 환율 리스크도 국내 투자 기준으로는 없다. 미국 주식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가져가고 싶다면 달러 자산이라는 점에서 환헤지 여부도 함께 따져봐야 한다. TIGER 미국S&P500 같은 환노출형 ETF는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이상일 때 추가적인 환이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반대로 원화 강세 국면에선 주가가 올라도 수익이 깎인다.
이 사태에서 진짜 배워야 할 것
6조원이 사라졌고, 레버리지 ETF의 구조적 위험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 그런데 이런 사태 이후에 항상 반복되는 패턴이 있다. 바닥권에서 “이제 싸니까 들어가자”는 심리가 생긴다는 것이다. 레버리지 ETF를 저점에 사서 반등을 노리는 전략, 틀린 건 아니지만 그걸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은 매우 구체적인 조건이 필요하다. 손절 기준이 명확하고, 포지션 규모가 전체 자산의 극히 일부여야 하며, 매일 시세를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이어야 한다.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빠지면 그 전략은 계획이 아니라 도박이다.
결국 이번 사태는 상품 자체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투자자가 자신이 사는 상품의 구조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60%에서 원금 회복을 하려면 +150%가 필요하다. 이 수학적 사실 하나만 미리 알았어도, 많은 투자자들의 선택이 달라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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